<특집 2> 「파주에서」 창간 4주년 기념 ‘파주-제주 평화포럼’ - 평화와 통일은 어떻게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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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파주에서」 창간 4주년 기념 ‘파주-제주 평화포럼’
평화와 통일은 어떻게 오는가?
▲ 민통선 해마루촌마을회관에서 파주-제주 평화 포럼을 마친 다음날 기념촬영
파주-제주 평화포럼은 2년전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의 ‘높낮이 없는 세상’ 회원들과 파주의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조합원이 민통선 안에 모이며 시작되었다. 당시 남북간 말할 수 없는 긴장이 고조되던 때였다. 그 때 끊어진 남북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큰 절을 올리며 평화를 기도했다. 4.3피해자 할머니는 북녘 하늘을 보며 동생을 그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올해 다시 파주-제주 평화포럼이 열렸다. LA의 풀뿌리 통일운동을 하는 AOK(Action for One Korea)대표와 김대실 감독도 함께 했다. 파주-제주-미주 포럼이 된 셈이었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평화, 내가 만들 수 있는 통일을 이야기 하였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나 자신부터 남과 북이라는 경계를 깨고 마음을 여는 것이 ‘평화와 통일’을 만드는 것임을 깊이 공감하였다.
임현주 발행인
"철조망 600리 제작에 혼신 기울일 터"
김대실 감독
2년전 [파주에서]신문사에서 ‘사람이 하늘이다’ 제 영화를 보고 같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때 한 분이 휴전선을 일컬어서, 가시담길 600리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 단어에 제 가슴이 철렁했어요. 매우 강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가는 ‘철조망 600리’라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을 했지요. 그동안 몸이 아파서 앓다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이 자리에 왔습니다. 평화와 통일은 우리가 마음을 열어야지 오는 겁니다. 내 안에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야 평화가 오고, 통일이 올 수 있습니다.
"백성의 입장에서 통일 생각해야"
정연진 AOK 대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때 금강산 관광을 안가신 분이 많아요. 북에 갈 기회가 금방 오겠지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명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하자 철조망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요? 정상끼리 통일하고, 악수한다고 통일이 바로 오지 않습니다. 국민의 마음이 열려서 서로가 서로를 껴안을 수 있을 때 통일의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풀뿌리 통일운동, 백성들의 통일운동은 위정자의 입장이 아니라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합니다. 이제 우리 통일운동은 반미가 아니라, 반전쟁으로 나아가야합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의 민중이 똑 같다.
"평화는 지역평화를 지키는 것부터'"
김광종 높낮이없는세상 대표, 제주 서귀포신문 주간
평화와 통일은 특정 세력, 특정인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몸소 만들어야합니다. 남북 문화교류, 제주는 밀감이 많이 남아서 북으로 보낸 일이 있었는데, 민간 교류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주에서 파주까지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지키고 요구하고 나가야한다. 제2공항이 제주 성산포에 들어서려합니다. 얼마전에 발견된 국방부 문서에는 6,400억 들여, 2015년까지 공군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제주에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가 들어선다면 미국과 중국이 더욱 첨예한 대립을 할 때 제주도는 화약고가 될 수 있습니다. 제 2공항을 막아내고, 청정제주를 지켜내는 것은 제주도민의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는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180도 돌아서는 결심 필요한 때"
이재석 DMZ임진강생태평화학교 교장, 해마루촌 주민
신동엽 시인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시인의 말처럼 비무장지대에서 180도 돌아서는 것이 필요하다 봅니다. 통일이라면 우리가 압록강으로 가는 것을 생각하는데, 시인은 남쪽은 180도 돌려서 남북이 모두 무기를 던져버리면 한반도 전체가 평화지대가 된다고 말했지요. 60년대 이것은 상상력의 영역이었겠지만, 지금은 현실이라 봅니다. 북한 보고 바꿔라 바꿔라 한다고 바뀌나요? 북에서 남쪽보고 뭐라 한다고 바뀌나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결정하고 결심하는 것은 그 사람들 몫이잖아요. 남쪽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은 우리 스스로의 민주주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변화는 판문점선언으로 시작했지만, 180도 돌아서서 파주에서 시작해서 제주에서 끝나야 할 겁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 신 동 엽 -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 새끼 사람 새끼 곰 새끼 노루 새끼 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챙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개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버리데.
꽃 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히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창비 19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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